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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선생님에 대한 운이 없었나봐요. 생각해보면 제가 본받고싶고 제가 좋아할만한 선생님이 없었어요. 특히 중학교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생각이 나네요. 


그 선생님은 수학선생님이었는데요, 잠시 시골에 있는 중학교에 전근을 와서 늘 화가 나 있었어요. "너희같은 시골출신 애들을 가르치려니 속이터진다. 내가 있던 00학교는 이런건 건너 뛰어도 되는데." 라며 쉽게 비교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문제를 못 풀면 "내가 너무 많이 바랬구나? 멍청한 애한테 이런걸 시킨 내가 나빴다." 라며 쉽게 모멸감을 주기도 했지요.



그 선생님은 늘 다시 그 명문학교로 돌아가는 것을 꿈 꿨습니다. 잠시도 새로 온 학교에 적응하고싶지 않아했어요. 사실 제가 다니던 학교도 그리 나쁜 학교가 아니었어요. 단지 시골에 한 작은 중학교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비교하고 무시 하더군요. 그래서 학생들도 점점 그 선생님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푸는 아이가 처음에는 "죄송합니다.."라고 했었는데 점점 눈으로 흘기거나 자세가 뻣뻣해지는 등으로 표가 나기 시작했어요. 사춘기인 학생들이 그 반감을 표내면 낼수록 선생님은 더욱 포악해졌습니다.



한 번은 수업이 다 끝나고 청소하는 시간이었어요. 평소에 선생님이 별로 안 좋아하던 학생이 복도를 쓸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착한 친구였어요. 딱히 선생님의 말을 안 들은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싫어하던 거였어요. 아무튼, 그 학생이 복도를 열심히 쓸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 그렇게 뺀질거릴거야, 열심히 안하고??"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허리를 굽혀 복도를 쓸고있던 친구가 "네?"하며 허리를 폈는데, 별안간 발로 친구 복부를 뻥 차더라구요. 그 친구는 복도에서 날아서 뒤로 넘어졌어요. 그리고 아픔과 수치심 때문에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시 "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살 그만 떨고 못 일어나? 아픈척하고 복도 안 쓸려고해???"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우리 반 친구들만 있는 교실 내에서 그랬어도 충격적인 일이었을텐데, 다른 학급 친구들까지 다 볼수밖에 없는 복도에서 그러다니.. 그 장면이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제 일도 아닌데도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점점 심해졌어요. 수업시간에 그 친구가 조금이라도 집중을 안하면 크게 면박을 주고, 일부러 어려운 문제부터 쉬운 문제까지 시키고 못하면 못한다고 망신을 줬어요. 물론, 공부를 잘 하는 몇몇 학생들에게는 사근사근 했고요. 본인의 관심 외인 다른 학생들에게는 정말 악마처럼 굴었습니다. 수학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자괴감과 모멸감, 창피함 같은걸 먼저 알려주었습니다. 또 어떤 학생에게는 교복이 단정치 못하다며 멸시하는 말과 함께 뾰족한 컴퍼스를 목 부분에 대고 옷깃을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어떤 친구에게는 분필로 가르마를 타주기도 했어요. 꼭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이목을 주목시켜서요.


그 선생 이름은 절대로 안 잊혀집니다. 영원히 생각날 것 같아요. 과연 그 선생은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을 교사라고 소개할때, 과연 자랑스럽고 떳떳할까요? 떳떳하겠죠? 본인은 자신을 멋진 교사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에게 한 행동들은 모두 잊었을것 같아요. 자기 자신은 우리와 있을 때도 늘 명문학교에 있었던 자신만을 떠올렸으니까요. 


저는 그 선생이 떠오를 때 마다 제발 잘 살지 말라고 빌어요. 우리를 가르치는 그 짧은 기간동안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무시하고 멸시하면서도 동시에 존경을 받고싶어하는 이상한 선생님이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서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나쁜 사람이니까요.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해서 이런 선생들이 없어졌기를 바라요. 그냥 있어도 공부하기 힘들고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물론 여러 학생들을 한 명이 관리하는 시스템이라 선생님들도 힘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명한명 신경써주거나, 세세하게 고민을 들어주는 선생님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제발 어린 친구들에게 모멸감과 창피함을 나서서 알려주지는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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