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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는데요...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앨리스는 약간 정신이 온전하지 못 한 사람 같았습니다. 조현병 증상처럼 그 세계에 빠져서 혼자 이야기 하고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정신착란자 아닌가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혼자 보고, 그 것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상상 속 상대방 마저도 그녀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써 내려가볼게요.

 

 

특히나 애벌레와 대화하다가, 애벌레가 "넌 누구냐니까?" 라고 하는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 라고 대답을 하고 맙니다. 머릿속에서 너무 다른 생각만 하다 보니까 점차 자신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녀는 자기가 무엇인지 자체를 헷갈려합니다.

 

하긴, 그녀는 하루종일 크기가 늘었다 줄었기도 했고, 많은 장소를 오가기도 했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만, 그러기엔 하루 종일 너무 계속 망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아마도, 인간은 어딘가에 속해있기를 원하는데, 사실 엘리스는 그 하루동안 자신이 속한 곳을 벗어나서 전혀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앨리스는 그날 하루 종일 거절만 당했거든요. 인간에게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어딘가에 속해있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앨리스는 그 날 아무것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조리 환경의 탓만 할 것은 아닙니다. 앨리스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그 사람이 앨리스를 좋아하게 할 기회 말입니다. 그녀는 청자의 상황이나 시점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청자는 고양이를 싫어했을지도 몰랐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거니까 그냥 말 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자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아 주었고, 앨리스는 그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계속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녀 곁을 떠나자 "왜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지? 왜 내 고양이를 좋아해 주지 않지? 얼마나 귀여운데." 하며 남 탓으로 돌리며 정신승리를 시전 합니다. 그래서 다른 모두, 즉 그녀의 친구가 될 수 도 있었던 동물들은 모두 떠나고, 그녀를 거절하고, 모두 자신이 있던 곳으로 가버립니다.

 

 

엘리스가 토끼 집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너무 커서 그 집에 꽉 맞을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그 세상에서 항상 그랬습니다. 너무 작거나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곳에 적절히 있을 수 없었고, 언제나 혼란스러워하며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스러워할 뿐이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지금 계신 곳에서 당황스러울 뿐인가요? 직장에서 당황스럽기만 할 때를 겪고 계신가요? 직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계시는지요? 그것은 당신이 회사에 비해 너무 크거나 작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앨리스처럼 누군가 버섯을 줄 것이고, 그것을 적절히 먹다 보면은 딱 맞게 될 수도 있을겁니다.

주변에 누군가 도와주려고 하는지 예의주시해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닐 겁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벌레'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녀는 상대방이 벌레인 줄 알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벌레에게 "너는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화하니까, 어쩌면 내 기분을 알 수도 있지?"라고 물었습니다. 이것은 하루 종일 자신이 겪었던 일이지요. 변화하는 것.

 

그러나 벌레는 "모르는데?" 하고 맙니다. 벌레입장에서는 이 대답이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변화든 우리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 감정이나 느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이 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당연한 일에는 그다지 감정 변화를 겪지 못하니까요.

 

변화라는 것이 벌레에겐 당연한 일이었고, 앨리스에게는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벌레는 그게 이상한 줄 몰라서 감정의 변화가 아무것도 없고, 앨리스에게는 너무도 이상한 일이어서 오히려 감정을 표현해내기 힘들었습니다. 벌레가 느끼는 무감정이란 건 우리 세계에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치 지구는 계속 돌고있는데, 우리는 이걸 느낄 수도 없고 이상한 것인지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엘리스가 너무 혼잣말을 하곤해서 정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주인공인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하긴 하는데, 읽어보면 이 세계를 작게 축약해 놓아서 생각할 것도 많고 상상할 것도 많은 책이 아닌가 합니다. 어른들도 읽기 좋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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