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레마 사운드를 이용해서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읽던 중 황당한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지기에 그에 관해 생각을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여포에게 소패를 빼앗긴 유비는 조조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말을 타는 중에 유안 이라는 사냥꾼을 만납니다. 그 사냥꾼은 어진 유비를 바로 알아보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합니다. 유비는 상 위에 있던 고기가 특히 맛있어 "무슨 고기냐."고 묻지요. 그러자 사냥꾼은 "이리 고기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밑에는 스포가 있습니다. 읽으실 분들은 스크롤 내리지 마세요.
다음날 유비는 길을 떠나기 위해 집을 떠나려던 중 어떤 여인이 집에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유비는 그것을 보고 유안에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지요. 다 알면서 그냥 한 번 물어보는거죠.
아무튼 그러자 유안이 "실은 먹을 것이 없어 아내를 죽여 그 고기를 대접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감동을 하지요. 무려 감동을 합니다. 충격스럽게도 감동을 합니다. 감동을 했습니다. 유비가.
이 부분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아무리 옛날 소설이지만 가족 구성원을 죽여 손님을 대접한 그를 보고 감동하는 장면이 말이 되나요?
이 부분은 시대가 바뀌어서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유비의 본성을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극진히 대접할 사람이 있어 가족을 죽인 유안이라는 인간이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유비 또한 어려운 집에 방문해서 민폐를 끼친것으로 모자라 자신을 대접하기 위해 피해자가 되어야 했던 아내에 대해 미안함은 커녕 무고한 사람을 살인한 살인자 유안에게 감동이라니요.
그러고도 유비가 성품이 어질고 타인에게 배려가 넘치며 백성을 사랑하는 위인으로 추앙 받는다니 황당합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부모를 봉양해야하는데 가난해서 작은 물건을 훔친것도 아니며, 배가 고파서 눈 앞에 있는 식탁위의 음식을 훔친 것도 아닙니다.
한 사람을 죽이고 그 고기를 먹인 사람에게 감동이라니,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읽고 또 읽어보아도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지만 유비나 유안이나 모두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입니다. 정말 모순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제 영웅이나 위인라는 단어로 그 사람의 치명적인 과거와 언행을 포장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순수 무결한 영웅은 있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위인'들이 그 미명아래에 포장되어 영웅으로 불리워서는 안된다는 말 입니다.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과 남의 가족의 생명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것은 영웅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착한 살인자는 없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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