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나는 영감쟁이 이야기
그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구두쇠로 모자라 남의 것을 갖고싶어하고 은근히 그 뜻을 내비치는 아주 못된 영감쟁이였다. 그는 모임을 싫어했다. 모임을 하면 돈을 걷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돈을 걷지 않는 모임이면 꼭 참석했다. 꼭 참석해서 주인행세를 하고 모두에게 있는 척 허세를 부리고 자기가 주최한 모임인양 굴었다. 그는 모임을 하면 꼭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돈을 낸 모임에는 무조건 참석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공연하게 "마음껏 먹어요. 돈을 냈으니까 그 이상을 먹어야 뽕을 뽑는 거라고요."라고 자신의 빈대근성과 천박함을 숨기지 않고 내비쳤다. 그는 돈이 든 모임이든 안 든 모임이든 가서 자신이 취할 이득을 세어보고 골라보았다. 그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남는 것은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기준에 맛이 없는 음식이 나오면 무조건 다른사람에게 궁시렁 대고 그 모임을 열심히 깎아 내렸다.
"이봐요. 이건 정말 맛 없지 않아요? 내가 낸 돈이 얼만데 이런 가치 없는 음식들을 내놨는지..." 그리고 그런 말에 누군가가
"이 모임 주최자가 이번엔 술을 중심으로 내놓았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하면 그는 어김없이 "나는 술도 잘 안먹는데. 술 안먹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해야하지 않았을까요? 어쩜 그리 생각이 모자란지."라고 했다.
그는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 메뉴라면 무조건 치킨은 먹지 말자고 제안하곤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치킨은 튀김옷만 두껍고 기름에 튀겨서 몸에 너무 안 좋아."였다. 그러나 그는 떡볶이를 먹으면서 꼭 "오늘은 왜 김말이를 안 시켰어?"라고 음식을 주문한 사람의 모자람을 대놓고 힐난하곤 했다. 그는 만두도 좋아했다. 분식을 먹으면 꼭 만두도 시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다른사람들을 곤란하게 했다. 그는 새우를 좋아했다. 새우가 몸에 좋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새우를 먹었다. 그러나 그의 식탐과 다른사람이 메뉴를 고를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것에 질린 다른사람들은 '새우는 콜레스테롤이 높은데 왜 저러는거야.'하고 분통을 참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돈을 낸 모임에서는 꼭 치킨을 먹었다. 쩝쩝소리를 내며 쳐먹으면서도 "치킨을 왜 차려놓은거야. 몸에 안 좋게."라면서 다른 사람의 식욕을 뚝 떨어뜨리고는 본인이 더 많은 음식을 취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는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해야했다. 한국 특유의 장유유서를 챙기는 분위기와 나이 많은 사람에게 젊은 사람이 굽히고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는 문화에서 태어난 것에 고마워 해야했다. 특히 그는 운이 좋게도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비겁한 자들이 모인 그룹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 곳은 그에게 낙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여우같았다. 앞에서는 한 마디 못하는 여우였다. 그러나 자신보다 계급이 낮거나 만만해 보이는 상대에게는 어김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곤 했다.그는 자기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을 싫어했다. 약삭빠르게 그런 자리는 쏙 빠졌다. 그러면서도 계급 높은 사람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어린 직원의 등 뒤에서는 "저, 저, 계급 높은 사람 뒤 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니 원.."이라고 비수를 꽂기 일수였다. 그는 그런 자리를 몹시 싫어하면서도 "저 직원은 특혜 꽤나 받을거야."라며 뒷담화를 하기 일수였다. 그 곳에 끌려가는 젊은 직원을 빼내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도, 그 곳에 본인이 낄 생각도 전혀 없으면서도 남의 뒷담화는 어김없이 하는, 어린 직원들에게 존경심이 싹 틀 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 못된, 짠내나는, 약삭빠른, 그런 영감탱이였다. 그러다 혈기 좋은 직원이 그 말을 들은채를 하면 마치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실수한 척 "아 들었어..? 미안. 이거 실수했네. 하하하" 라며 웃음으로 무마하며 자못 쾌남인 척 하는 것이었다. 혈기 좋은 그 직원은 그 노인네가 정말 싫었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저렇게 먹을 것만 밝혀대고 다른 사람들 생각은 안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러면서도 말은 왜 저렇게 많은지 왜 수다쟁이인지 이해가 안 갔다. 그는 이해가 안 가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