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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인생작이지 - 아케인 시즌 1, 2 감상평

한겨을 2025. 3. 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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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케인은 단순히 ‘게임 원작 애니’라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작품이다. 이건 거의 비극 오페라다.
롤이라는 게임을 전혀 몰라도 푹 빠질 수 있는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스팀펑크 도시 ‘필트오버’와 그 아래 ‘자운’을 배경으로, 빛과 그림자 속에서 끝없이 충돌하는 이념, 기술, 자매애, 트라우마를 정교하게 짜 맞췄다.

나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모든 인물이 자기 입장에서 옳기 때문이다.



1. ‘폭력’이라는 이름의 사랑 – 바이 & 징크스

시즌1에서부터 나를 휘감은 건, 바이와 징크스의 관계다. 언니를 너무 사랑해서 언제나 함께하고 싶고 자신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싶은 아이와, 그 언니의 등을 보며 무너져내린 아이.
징크스가 무너지는 건, 어떤 상징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녀는 한 번도 “악당”이었던 적이 없다. 그냥… 너무 외로웠을 뿐이다.

시즌2 초반, 징크스가 "언니가 나를 버렸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잠깐 화면을 멈췄다.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 둘 다 너무 상처받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2. 기술이 만든 비극 – 제이스, 빅토르, 그리고 헥스테크

'헥스테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아케인에서 이 기술은 마치 신화적 유혹처럼 다뤄진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망은 너무 순수했지만, 그 순수함은 결국 오염되고, 오만해지고, 파괴적이 된다.

제이스는 ‘올바름’을 믿지만, 정치가 그를 흔들고,
빅토르는 ‘변화를’ 원하지만 죽음이 그를 압박한다.
결국 그들은 모두 필트오버의 신이 되길 원했지만, 괴물이 되는 길에 서 있었다.




3. 계층과 억압, 그 복수의 연쇄

이야기의 배경은 철저한 계급 구조다.
상층의 필트오버, 하층의 자운.
자운은 단순히 어두운 도시가 아니다. 버림받은 존재들의 함성, 억눌린 감정의 집합체다.

시즌2 중반, 한 인물이 “우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라고 말할 때, 그건 단순한 반란의 선언이 아니다.
그건 자운이라는 ‘존재’의 절규였다.






‘아케인’의 진짜 힘은 캐릭터다.

아케인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많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행동에는 늘 이유가 있고, 대사는 철학이고, 표정은 내면이다.



아케인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다 끝내 오해로 끝나는 잔혹한 동화다.
그리고 그게 너무 현실적이라서, 나는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즌2에서 영상미는 뛰어나지만 개연성에서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아케인의 세계관을 이어가면서 세계관이 확장되는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게 하는 작품이다.

아케인은 나에게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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