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이제는 이해할 이유가 없어서

한겨을 2019. 2.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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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가 하자는 건 웬만하면 다 했던것 같다. 그게 재미 없는 것이더라도 재미 있을수도 있을 것이었고 니가 좋아하는 거라면 나도 좋아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니가 그냥 물어봤던 물음. 과제때문에 미술 전시회 갈래요? 하고 물어봤던 그때, 전시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리고 전시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속상했지만 같이 갈 수 있으면 되는거라고 생각하고 고민도 안 하고 갔던 것 같다. 니가 니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궁금한게 생기면 내가 전시회 스테프에게 물어보게 했고, 덕분에 너는 과제를 손쉽게 했는지, 어쨌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미술 전시회가 무료인지, 유료인지 물어보는 것 또한 나에게 맡기곤 했다. 니가 과제를 하러 온 미술관인데 유무료를 모른다는게. 그렇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과제는 사진 전시회를 보러가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때도 고민하지 않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너는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며, 왜요, 전시회 좋아해요? 그 사진작가 알아요? 하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글쎄, 몰라주는 건 상관이 없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모르겠다. 내가 왜 그랬는지. 물론 왜냐고 따지자면 이유가 있었지, 그래서 그때는 너를 이해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 모든게 사라졌기 때문에 너를 이해할 필요가 생기고 말았다. 너를 혼자 생각하다 혼자 포기하고 만 상태에서 너에대한 미움이나 원망을 품는다면 그건 내가 나쁜사람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나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에게 요구와 부탁은 했지만 고마움은 표시하지 않았다. 너를 만나고 나서의 기쁨과 보람은 나 스스로 찾고 끝내야만 했다. 니가 보여주거나 표시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모습에 나는 지쳐왔고 힘들어져만 갔다. 니가 내 마음을 느꼈든 못 느꼈든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내 마음을 느꼈다면 나에게 그런 요구나 부탁을 해선 안됐다. 내 마음을 못 느꼈다면 인간이나 친구로서 할 만한 인사도 없이 헤어질 때 한마디, 하나마나 한 고마움의 표시만 남기고 헤어져선 안 됐다. 혹은 다음 부탁을 했을 때, 덕분에 과제를 잘 끝냈는데 혹시 또 시간나는지 정도의 문장은 내게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한다. 니가 아무생각없이 친구로서 나를 부른 것이었다면, 니가 가자고 한 곳에 내가 간 상황에서는 적어도 차 한잔은 니가 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보통 친구사이에는 그런식으로 하니까. 그러나 너는 밥도, 차도, 교통편도,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았다. 너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가 좋아서 갔기 때문에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 생각을 해봐도 너는 내 호의를 보고 최소한의 고마움도 느끼지 않은건 절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아니면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도 해놓고, 막상 같이 가니까 그 호의를 모르는 척 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그때는 이해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가 가야할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의 그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더이상 메어있을 필요는 없겠다.  문자도 SNS도 니가 편할때에만 확인하고 답장하는 너에게. 이제는 니가 걱정되지도 않는다. 알아서 잘 살겠지. 내가 궁금하지도 않고 그냥 잘 살겠지. 니가 먼저 연락 해도 내가 답장 할 지는 모르겠다. 이미 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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